땅끝편지7 - 아마존의 하늘에 별이 된 사람 프린트   
관리자  Homepage Email [2020-05-28 00:09:20]  HIT : 42  
▲ 김철기 선교사의 아내 고 허운석 선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찬양하는 모습.


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. 나는 소를 잃어버리고 고칠 일 없는 외양간을 응시하며 회한에 잠긴다.

 

23세에 개종한 아내 허운석 선교사는 하나님과 인디오 형제들을 자기 목숨보다 더 사랑한 여인으로 불꽃같이 타올라 끝까지 신실했던 하나님의 사람이었다. 새벽기도에 게으른 남편에게 이혼을 강요하는 무모한 여인만은 아니었다. 한국 농촌에 단독목회를 하러 간 것도 아마존에 선교사로 온 것도 내가 원해서였고 허 선교사는 동행했다. 그러나 어디서든 나보다 형제들을 더 사랑하고 섬기며 형제들의 가슴에 영적인 어머니로 남았다. 세상 어디에서든 하나님을 향한 열정으로 환경을 바꾸며 복음을 나누고 삶을 나누는 창조적인 여인이었다.
 

농촌에 갔을 때는 묵은 때로 얼룩진 예배당 바닥을 사포로 밀어 새 바닥을 만들고 커텐을 갈고, 페인트를 칠해 새 예배당으로 만들었다. 학교에 다니지 않는 불우한 아이의 호적을 정정하고 집에 데려다가 키우며 학교에 다니게 했다. 아마존에서는 벌레 알러지가 아주 심하여 너무 많이 물려서 팔 다리가 소나무 껍질처럼 되어 있었다. 그러나 46세에 기타와 키보드를 독학으로 배워서 신학교 학생들에게 기타와 키보드를 가르쳤다. 한번도 악보를 본 적이 없는 인디오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가대를 조직하여 4부로 연습을 시키고 매년 칸타타를 공연하고 지휘를 했다.
 

2006년 3개월 안식년을 마치고 11월 초에 돌아오려는 때에 후원교회에서 건강검진을 하라고 해 건강검진 중에 폐암이 발견됐다. 허 선교사의 폐암진단을 받고 나는 크게 절망했다. 그러나 허 선교사는 이렇게 말했다. "내가 그동안 주님을 사랑하려고 몸부림친 보상으로 주님이 내게 폐암을 주셨다."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는 "폐암 2기로 50%는 5년 내에 사망하고 50%는 5년 후에도 생존이 가능하다"며 "아마존에 돌아가지 말고 한국에서 치료를 받으라"고 했다. 허 선교사는 자기 목숨보다 인디오 형제들을 더 사랑했기에 6개월 후 아마존으로 돌아왔다.
 

2010년 암이 다시 재발되고 말기암으로 통증이 극심했다. 그런 와중에 교회로부터 설교초대를 받으면 흉관을 삽입한 채 수십 알의 모르핀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교회에 가서 말씀을 전했다. 이미 본인이 죽음을 예상했기에 설교는 유언처럼 쏟아놓은 절규에 가까웠다.

허 선교사는 본인이 주님을 영접하고 아마존에서 삶으로 살아낸 복음을 증거했다. 십자가의 복음 외에는 다른 길이 없음을 선포했다. 한 시간 설교를 마치면 화장실에 가서 헛구토를 수없이 했고, 자동차 뒷편에 누워서 숙소로 돌아갔다. 이렇게 전해진 16개의 설교가 유튜브에 올라왔다. 허 선교사가 주님께 돌아간지 2년 후, 두란노서원에서 이 설교들을 책으로 출판하자고 제안해 '내가 왕 바리새인입니다'와 '그리스도만 남을 때까지'라는 유고 설교집이 세상에 나왔다.
 

33년을 가장 가까이에서 허 선교사를 지켜 보았다. 폐암 치료를 받으며 주님과 완전한 연합에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. 세상 그 무엇도 초월한 하나님의 나라가 그 안에 임해 있음을 볼 수 있었다. 그래서 허 선교사는 사도 바울처럼 "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"고 고백할 수 있었다. 곧 하나님 나라에 가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고 소원이었다. 그러나 남겨질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에게 본인의 사랑하는 모습을 마지막까지 성실하게 치료를 받는 모습을 통해서 보여주고 주님께로 떠났다.
 

주님께로 돌아가는 날, 허 선교사는 평생 사랑했던 형제들이 있는 아마존에 묻어줄 것을 부탁했다.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마지막일 것이라고 느꼈는지, 내게 함박웃음을 웃어보이고 혼수상태로 들어갔다. 한 모금의 남은 숨 마저도 그리스도의 향기로 살다간 것이다.

나는 허 선교사의 유언을 따라 아마존에서 한 줌의 재를 매장했다. 허 선교사의 유언은 우리 도시에 모든 사람들에게 충격과 도전이 되었다. 도시의 시의회에서 허 선교사의 공적을 인정하여 교회 앞 큰 대로를 '허운석선교사로'라고 이름을 변경해줬다. 허 선교사가 주님께로 돌아간지 6년이 지났다. 그러나 우리 교인들의 집을 방문하노라면 허 선교사의 사진이 그들 가족 사진 옆에 자리하고 있다.

그렇게 허 선교사는 아마존 사람들의 가슴과 하늘에 크고 아름다운 별이 되었다.
 

김철기 목사(총회 파송 브라질 선교사)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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